본문 바로가기

비행기 아는 척 해보자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 코딩의 신이 남긴 유산

728x90

조종사는 어떻게 그 큰 비행기를 움직일 수 있는 걸까?

조종사는 비행기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요? 물론 스틱이나 요크같은 조종간을 이용해 비행기를 조종합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조종간을 움직이면 어떻게 비행기를 위로 아래로 옆으로 이동하게 하는 걸까요?  조종사가 조종간을 조작하는 것은 이 신호로 비행기의 '조종면(Control Surface)'을 움직이는 것 입니다. Aileron, Elevator, Rudder 라는 것입니다. 이런 조종면들은 날개와 꼬리 날개의 끝부분에 달려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승객으로 날개 근처에 앉으셨을때 비행기의 날개 끝부분이 움직이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이 조종면들을 움직임으로써 조종사는 비행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의 색칠 된 부분입니다. 이 부분들을 위아래로 또는 좌우로 움직여 비행기를 조작하는 것 입니다.

 

경비행기 세스나172의 모습. 색칠된 부분이 조종면(Control Surface)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오른쪽으로 Turn 하고자 하면, 조종사는 조종간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킵니다. 그러면, 왼쪽 날개의 에일러론(Aileron)은 내려가고, 반대로 오른쪽 날개의 에일러론은 올라갑니다. 그러면 비행기의 날개가 왼쪽은 들리고 오른쪽은 내려갑니다. 기울어진다는 것이죠. 그러면 비행기는 오른쪽으로 회전을 하게 됩니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 그림처럼 됩니다. 

 

조종간을 오른쪽으로 틀면 날개끝의 에일러론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비행기가 기울어지고 회전을 시작한다.

 

전기 신호로 조종면을 움직이는 Fly-By-Wire

 

제가 훈련받을 때 타던 세스나172 (cessna172) 같은 경비행기는 조종간과 조종면이 도르래와 강철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조종면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객기 같은 큰 비행기의 조종면은 조종사의 힘만으로 움직이기엔 너무 무겁고 조종하기 어렵습니다. 자동차에 파워 스티어링 휠이 있는 것 처럼, 우리가 접하는 현대의 민항기들은 유압을 이용한 조종면 제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디자인의 문제점은 대기압의 200배이상의 유압(보통 3000PSI 이상을 사용합니다)을 유지하기 위한 유압관이 무겁고 부피도 많이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조종간에 직접 유압관을 연결하는 방법 대신 전선을 연결해서 전자 신호로 조종면을 제어하면 유압관의 부피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조종면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유압시스템이지만, 최소한 조종간과 조종면이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라, 조종간에서 유압시스템까지는 전선으로 연결을 할 수 있고 날개에 붙어있는 조종면만 유압관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이런 디자인을 FLY-BY-WIRE라고 합니다. 유압관의 부피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항공기 중량을 가볍게 할 수 있고, 연료 절감의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부피가 큰 유압관 대신에 전선을 배치하기 때문에 항공기 설계도 편합니다.

 

기존의 비행기 방식보다 fly-by-wire 비행기는 유압관의 부피를 줄여서 설계가 편하고 가볍다. 

또한, 플라이 바이 와이어는 무게를 줄여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종사의 조작을 수정해 주기도 합니다. 고도가 달라지면 기압, 온도가 달라지고 항공기의 무게도 날마다 다르지만, 플라이 바이 와이어는 조종사의 조종간 신호를 컴퓨터로 보정해 줍니다. 그래서 일정한 수정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종사의 과도한 조작을 걸러 주기도 합니다. 한 예로,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 F-117 은 스텔스 기능 때문에 다소 기괴할 정도로 항공역학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모습이지만 컴퓨터의 도움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플라이 바이 와이어가 조종사의 조작을 보조해 주기 때문입니다.

F117 의 모습

NASA의 코딩의 신 마가렛 헤밀턴(Margaret Heafield Hamilton)과 Fly-By-Wire 

마가렛 해밀턴(Margaret Heafield  Hamilton)이 지금껏 프로그래밍한 코드를 책으로 쌓아놓고 있다.

플라이-바이-와이어 기술은 NASA의 연구원 마가렛 해밀턴(Margaret Heafield  Hamilton)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아폴로 프로젝트 입니다. 아폴로 11호가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의 인력권에 들어서면 달 착륙선을 조종해 달에 착륙해야 했습니다. 이 때 플라이 바이 와이어 기술은 필수적입니다. 조종면을 움직여 조종하는 비행기와 달리, 달에는 대기가 없으므로 연료를 분사하여 작용-반작용의 원리로 기체를 조종해야 하므로 인간의 조종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기술은 꼭 필요했습니다.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선 조종을 연습하는 장면은 영화 '퍼스트 맨'에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퍼스트 맨'에서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이 연기)이 달 착륙선 조종을 연습하고 있다. 플라이바이와이어를 채용한 조종간이 보인다. (출처:영화 퍼스트맨)

이 기술은 캐나다의 초음속 전투기 Avro Canada CF-105 Arrow 가 1958년 처음으로 상용 비행기로서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민간 여객기로 처음 플라이 바이 와이어 기술을 도입한것은 1969년의 영국의 'British Aircraft Corporation (BAC)'와 프랑스의 'Aérospatiale'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Concorde)입니다! 퇴역했지만 멋진 콩코드의 모습(...)입니다. 후에 콩코드를 만든 이 항공기 제작사들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이 합작 회사 AIRBUS 가 됩니다. 그리고, 에어버스 사에서 1984년에 출시한 A320 family가 최초의 digital 플라이 바이 와이어 기술을 도입한 민항기 입니다. 


훈련용 비행기 세스나172를 타고 조종 훈련을 받은 후 제가 처음으로 배정받은 기종이 A320 Family 입니다. 지상교육과정을 마치고 처음으로 시뮬레이터 훈련에 들어갔던 날이 아직 생생히 기억에 납니다. 교관과 함께 시뮬레이터에 들어가면서 느꼈던 그 긴장감, 설레임, 분위기, 비쥬얼 이미지, 그리고 4인승 경비행기와는 달랐던 조작감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제가 처음으로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접했던 순간이었네요. 기존의 경비행기 조종 특성과는 로직이 달랐기 때문에 익숙해 지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익숙해 지고 나서는 훨씬 편했습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 플라이-바이-와이어 기술의 역사가 NASA, 아폴로 프로젝트, 콩코드, A320 의 계보로 이어지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조종사에게 첫 배정받은 기종은 남다른 의미가 있어서랄까요. 문득 소형기 그 시절이 그리워 지네요.

728x90